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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위기 (배경과 맥락, 시장 괴리, 투자 대응)

by 썬라니 2026. 5. 3.

호르무즈

 

뉴스 알림이 울릴 때마다 식은땀이 났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이 70% 감소했다는 소식에 저는 그날 밤 잠을 거의 못 잤습니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20%가 막혔고 브렌트유는 한때 126달러까지 치솟았는데,

제가 들고 있던 우량주들이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S&P 500은 7,230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있었습니다.

세상이 무너진다는 뉴스와 신고가를 찍는 지수 사이에서,

저는 이 두 현실 중 하나를 반드시 잘못 읽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전쟁의 이름이 바뀐 이유와 이란의 시계

일반적으로 전쟁이 시작되면 시장도 따라 무너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들여다보니, 이 전쟁은 처음부터 성격이 달랐습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며 '장대한 분노 작전(Epic Fury)'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4월 13일을 기점으로 작전명이 '경제적 분노 작전(Economic Fury)'으로 바뀌었습니다.

작전 이름이 바뀐 건 단순한 리브랜딩이 아니었습니다.

군사력으로 하드웨어를 부수는 방식에서, 이란이라는 국가의 운영 체제 자체를 경제적으로 멈추는 방식으로 전략의 본질이 전환된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역봉쇄(Reverse Blockade)입니다.

역봉쇄란 해협 자체를 막는 일반적인 봉쇄와 달리, 다른 나라의 선박은 자유롭게 통과시키면서 이란 관련 화물만 AI 선박 식별 시스템으로 정밀하게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가짜 깃발을 달거나 위치 신호를 조작하는 이란의 이른바 그림자 함대를 실시간으로 무력화하는 것입니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 공식 발표 기준으로 38척이 차단되거나 회항 조치를 받았습니다.

JP모건 분석에 따르면 이 전략으로 이란이 입는 손실은 하루 약 1억 5천만 달러,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약 87억 원입니다(출처: JP모건).

이란 정부 예산의 약 40%가 석유 수출 수입에서 나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타격은 국가 재정의 핵심 동맥을 직접 건드리는 셈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저장 한계(Storage Saturation)입니다.

이란의 가용 지상 저장 용량은 약 5,500만 배럴인데, 수출이 막힌 상태에서 매일 100만 배럴 이상이 재고로 쌓이고 있습니다.

이 속도라면 5월 중하순이면 모든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도달합니다.

저장 시설이 가득 차면 유정을 닫아야 하는 셔트인(Shut-in) 상황이 옵니다.

셔트인이란 유정 가동을 강제로 중단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2주 이상 지속되면 지하 유층에 영구적인 손상이 발생합니다.

베네수엘라가 2017년부터 2019년 제재 기간에 같은 길을 걸었고,

한때 일일 250만 배럴을 생산하던 그 나라는 지금 100만 배럴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찍은 사상 최고치, 세 가지 베팅의 실체

제가 처음 사상 최고치 소식을 들었을 때의 반응은 "이게 말이 되나?"였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항상 뭔가를 먼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제대로 배웠습니다.

뉴스가 공포를 팔 때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데는 시장이 세 가지에 동시에 베팅했기 때문입니다.

  • 첫 번째: AI 성장은 현실이다. 골드만삭스 4월 24일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2026년 자본 지출 전망치는 6,700억 달러, 한화로 약 940조 원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은 2026년 S&P 500의 주당순이익(EPS)이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 수치는 역사적으로 경기침체 직후에나 나왔던 수준입니다(출처: Goldman Sachs).
  • 두 번째: 호르무즈 봉쇄는 조만간 풀린다. 사상 최고치는 전쟁이 단기에 종결된다는 가정 위에 세워진 가격입니다.
  • 세 번째: 이란은 곧 협상 테이블로 나온다. 5월 중하순 저장 포화가 오면 이란이 굴복할 것이라는 베팅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세 베팅을 하나씩 검증해 보니 근거가 생각보다 취약했습니다.

4월 27일 트럼프는 이란의 협상안을 거부했고, 이란 의회 의장 갈리바프는 같은 날 "우리는 카드 세 장 중 하나만 썼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카드 2번은 홍해와 수에즈 운하 진입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 카드 3번은 세계 최대 단일 유전 지대인 사우디 동부 유전 파이프라인 공격입니다.

카드 2번이 발동되면 유가 130달러, 카드 3번이 발동되면 150달러 시나리오도 가능합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가 공식 보고서와 전혀 다른 신호를 동시에 보냈다는 점입니다.

7,600 목표가를 유지하는 공식 강세론과 달리, 4월 27일 내부 메모에서는 헤지펀드들이 7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주식 비중을 줄였고, CTA(자동화 추세 추종 매매 시스템, 쉽게 말해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사고파는 시스템)가 매수를 멈췄다고 경고했습니다.

사상 최고치를 찍은 그날, S&P 500 내에서 오른 종목보다 내린 종목이 324개나 더 많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입니다.

지수는 신고가인데 속은 비어 있었던 셈입니다.

6월을 향하는 세 개의 시계, 그리고 제가 선택한 포지션

JP모건이 4월 말 발표한 보고서의 제목은 '풍부함의 착각'이었습니다.

세계가 2026년 초 84억 배럴의 재고를 들고 출발했지만, 실제 시장에 풀 수 있는 가용 재고(Actionable Inventory)는 8억 배럴뿐이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용 재고란 제재국 보유분, 전략 비축유, 파이프라인 최소 운영 물량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시장에 공급될 수 있는 재고를 의미합니다.

JP모건은 인체의 혈압에 비유했는데, 피가 5L 있어도 갑자기 1L가 빠지면 쓰러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4월 23일 기준 이미 2억 8천만 배럴이 소비되어 잔여 가용 재고는 5억 2천만 배럴입니다.

현재 소비 속도라면 6월 초에 운영 스트레스 임계점에 도달하고, 9월이면 가용 재고가 바닥에 닿는다는 전망입니다.

엑손모빌 CEO 다런 우즈도 4월 말 콘퍼런스 콜에서 "현재 유가는 공급 차질의 전체 규모를 아직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직접 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무서울 때는 다 팔고 나오는 게 맞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 생각을 몇 번이나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 사태를 분석하면서 내린 결론은,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건 '시점 예측'이 아니라 '체력'이라는 것입니다.

4월 말 연기금 펀드들이 약 250억 달러 규모를 시장에 던졌는데도 시장은 그것을 전부 흡수하고 사상 최고치를 유지했습니다.

이런 시장에서 누가 정확한 시점을 맞출 수 있을까요.

다만 저는 낙관론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AI 성장에 대한 940조 원의 베팅이 에너지 공급망 붕괴라는 실존적 위협을 가리고 있을 가능성, 그리고 시장이 '이란은 굴복한다'는 희망 사항을 사실처럼 가격에 반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사상 최고치가 시장의 집단적 지혜인지, 아니면 벼랑 끝에서 추는 위태로운 춤인지는 6월이 지나야 윤곽이 드러날 것입니다.

지금 저는 추가 매수도, 패닉 셀(공포에 의한 전량 매도)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중 점검을 마치고, 현금 비율을 일부 확보한 채 분할 접근의 여지를 남겨두는 방식입니다.

이란의 시계, 미국 의회 승인 한계의 시계, 그리고 글로벌 재고의 시계. 세 개가 모두 6월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투자 결정을 내릴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youtu.be/jE9jzcvwebU?si=Z-5HXi0qAJ2qgz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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