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알고리즘이 또 저를 낚았습니다.
"200조 환급, 지금 안 사면 놓친다"는 식의 제목에 이끌려 영상을 끝까지 봤고, 솔직히 중간중간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영상이 끝나고 나서 드는 생각은 "이거 너무 쉽게 결론 내리는 거 아닌가?"였습니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환급 이슈, 팩트는 분명히 중요한데 그 해석은 조금 더 차갑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흔들어 놓은 판
지난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6대 3 의견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위법 판결을 내렸습니다.
근거가 된 법이 IEEPA, 즉 국제비상경제권한법입니다.
IEEPA란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명분으로 경제 제재나 무역 제한을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률인데,
대법원은 이를 관세 전면 부과에 적용하는 것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 이후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4월 20일부터 환급 시스템을 가동했고,
5월 12일부터 1차 환급금이 실제로 기업 계좌에 입금되기 시작했습니다.
1차로 풀린 금액만 354억 6천만 달러, 원화로 약 52조 원입니다.
트럼프 본인이 인터뷰에서 직접 언급한 총 환급 예상액은 1,490억 달러, 환율 1,500원 기준으로 약 224조 원에 달합니다.
시티 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이 환급금의 수혜 기업 상위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 월마트: 약 100억 달러(약 15조 원)
- 타겟: 22억 달러
- 나이키: 10억 달러
- 홈디포: 5억 4천만 달러
- 갭, 메이시스 등 기타 유통 대장주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이 환급금이 EPS(주당순이익)를 끌어올린다는 논리는 맞습니다.
EPS란 기업이 한 주당 얼마의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수치로,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지표입니다.
환급금은 회계 처리상 비용 환입으로 잡혀 영업이익을 끌어올리고, 결과적으로 EPS를 높입니다.
파이퍼샌들러는 나이키의 경우 이 환급금만으로 EBIT(영업이익)이 36% 부양될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출처: Piper Sandler).
그런데 이 구조를 뜯어보면서 불편했던 지점이 있습니다.
"환급금이 EPS를 올린다"는 것과 "그래서 주가가 오른다"는 것 사이에는 꽤 큰 간격이 있습니다.
실제로 5월 21일 월마트는 매출 1,778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7.27% 폭락했습니다. CFO가 어닝콜에서 환급금을 자사주 매입이 아닌 소비자 가격 인하에 쓰겠다고 밝히고, 2027 회계연도 EPS 가이던스를 시장 예상치(2.91달러)보다 낮은 2.75~2.85달러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어닝콜이란 기업이 분기 실적 발표 후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와 가지는 실적 설명 전화회의를 의미합니다.
시장은 어제의 숫자가 아니라 내일의 숫자를 보고 움직인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입니다.
트럼프의 두 번째 카드, 양자컴퓨터 지분 투자
환급 이슈와 같은 날인 5월 21일, 트럼프 행정부는 양자컴퓨터 기업 9곳에 총 20억 1,300만 달러의 직접 지분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IBM에 10억 달러, 글로벌파운드리스에 3억 7,500만 달러가 들어갔고, IonQ, 리게티 컴퓨팅, 인플렉션, 아톰 컴퓨팅, 퀀텀 컴퓨팅 등에 각각 1억 달러 안팎이 배분됐습니다.
이 구조가 과거 인텔 투자 모델을 그대로 차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024년 8월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에 89억 달러를 투자하며 정부 지분 9.9%를 확보했고, 현재 해당 지분 가치는 약 360억 달러로 불어났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정부가 직접 지분을 가져간 산업은 정책적으로 반드시 살린다는 신호"라고 해석합니다.
저는 이 해석이 반은 맞고 반은 과장이라고 봅니다.
정부 지원이 산업 성장의 필요조건이 될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정부 보조금을 받은 태양광, 수소 관련 기업들이 주가가 급등했다가 수익성 문제로 반토막 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정책 수혜 테마주의 특성상 기대감이 선반영되고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빠르게 무너집니다.
이런 류의 "정부가 밀어준다"는 서사는 단기 급등의 명분으로는 작동하지만 장기 투자 근거로는 매우 취약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데이터 기준으로 어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56%, 30년물은 5.096%로 마감했습니다(출처: Federal Reserve).
30년물 5%대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금리가 이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오른다면 환급 호재나 양자 테마 모두 금리 압력 앞에서 한 번씩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적이 금리를 압도하는 기업만 살아남는다는 원칙을 저는 여기서도 적용하고 싶습니다.
이 흐름에서 투자자가 냉정하게 체크해야 할 것
200조 환급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는 숫자가 크고 구체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투자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를 받느냐"가 아니라 "그 돈이 언제, 어떻게 쓰이느냐"입니다.
이 구조를 따라가 보면서 확인한 주요 리스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 환급 처리 지연: CBP가 공식적으로 60~90일 소요를 명시했고, 복잡한 케이스는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 행정부 항소 가능성: 트럼프 본인이 "법적으로는 돌려줘야 하지만 끝까지 싸우겠다"고 발언한 것이 이미 확인됩니다.
- 소비자 집단소송: 코스트코, 페덱스, 갭 등 다수 기업이 소비자로부터 환급금 반환 청구 집단소송에 직면해 있습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IEEPA 관세가 막히자 무역법 122조(150일 한시 관세), 무역법 301조(핀셋 관세),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 명분 관세)를 조합해 새로운 관세 체계를 다시 깔고 있습니다.
무역확장법 232조란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때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법으로, 배터리·통신 장비 등 핵심 산업 6개 분야에 이미 적용을 검토 중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환급으로 EPS가 한 분기 올라가도, 새 관세가 다시 비용으로 들어오면 구조적 수익성 개선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맥락에서 장기적으로 더 주목할 기업군은 환급 수혜주보다 미국 내수 생산 기반을 갖춘 기업들이라는 시각도 있고, 저도 그 방향이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콘텐츠를 보면서 느낀 것은, 정보 자체는 분명히 가치가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 흐름이 이렇게 흘러갈 것이다"라고 단정하는 어조는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은 항상 예측보다 훨씬 복잡하게 움직이고, 화려한 시나리오일수록 검증이 더 필요합니다.
환급금 수혜 기업의 자사주 매입 공식 발표, 10년물 국채금리 4.75% 돌파 여부, 새 관세 발효 시점 이 세 가지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데이터로 확인한 뒤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