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 매물이 한 달 만에 60% 가까이 폭증했다는데, 정말일까요?
처음엔 또 공포 마케팅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등기부와 호가 데이터를 뜯어보니, 지금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가 흔들리는 수준이었습니다.
구미동 59.3%, 야탑동 56.3%, 심지어 판교 삼평동까지 51.7% 증가. 이건 집주인들이 동시에 출구를 찾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양도세 폭탄 앞에서 무너지는 호가 방어선
5월 9일, 이 날짜가 왜 중요할까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끝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더 이상 유예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 선을 넘는 순간 세금이 억 단위로 불어나는데, 그동안 "정권 바뀌면 풀리겠지" 하며 버티던 집주인들이 이제야 현실을 자각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 거래 사례를 보면 더 충격적입니다.
분당 수내동 푸른마을 쌍용아파트는 22억 호가에서 17억 5천으로 거래됐습니다. 4억 5천이 한 번에 증발한 셈이죠.
구미동 무지개마을 LG는 고점 대비 33%나 빠졌습니다. 금융권에서는 보통 30% 하락을 대세 하락의 확정 신호로 봅니다.
그 밑으로는 바닥이 어딘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펼쳐지거든요.
최근 몇 주간 분당 일대 중개업소는 분위기가 예전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매수자가 번호표 뽑던 시절은 옛말이고, 지금은 집주인들이 "제 물건 좀 먼저 올려주세요"라며 애원합니다.
하루에 호가를 세 번 고치는 매물도 있었습니다.
아침에 천만 원 내리고, 점심에 반응 없으니 3천만 원 더 깎고, 저녁엔 결국 1억을 낮추는 식이죠.
이건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극도의 공포에서 나온 행동입니다.
재건축 기대주가 먼저 무너지는 이유
많은 분들이 "그래도 재건축 있는 곳은 다르지 않냐"고 물으십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분당과 과천의 낡은 아파트가 비쌌던 이유는 '재건축만 되면 로또'라는 믿음 때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그 믿음의 성전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공사비 폭등으로 사업성이 나오지 않으면서, 재건축은 황금 거위가 아니라 족쇄가 됐습니다.
예전엔 헌집 주면 새 집 주고 돈까지 얹어줬지만, 지금은 "새 집 줄 테니 분담금 5억 더 내라"는 식입니다.
은퇴하고 연금으로 생활하는 1기 신도시 집주인들이 현금 5억을 어디서 구합니까?
결국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된 서현동 시범단지, 수내동 양지마을 같은 곳들의 매물이 가장 먼저, 가장 싸게 나오고 있습니다.
과천도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위버필드는 31억 호가에서 29억으로 내려왔고, 래미안 슈르는 호가를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고 있습니다.
집주인들 내부에서도 버티기파와 탈출파가 갈라져 내전을 벌이는 중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호가를 2억 낮춰도 거래량은 제로입니다.
매수자들은 이미 "5월 9일 지나면 더 떨어지겠네" 하며 팔짱 끼고 구경하는 중이거든요.
공급 폭탄은 아직 터지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우리 귀에 딱지가 앉도록 "공급 부족" 소리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과천 청사 부지, 경마장 부지, 방첩사 부지에 대기 중인 물량만 1만 세대입니다.
인구 7~8만 명 도시에 1만 세대가 쏟아진다는 건, 도시 전체 주택 수급을 믹서에 넣고 갈아버리는 수준입니다.
과천 집값이 비쌌던 이유는 강남 가깝고 희소성 있어서였는데, 전체 가구수 10%가 넘는 물량이 들어오면 그 희소성은 제로가 됩니다.
명품 가방이 동네 편의점에서 팔리면 더 이상 명품 가격을 못 받는 것과 같은 이치죠.
여기에 성남 금토지구, 여수지구 6,300세대까지 더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집니다.
지금 쌓여 있는 기존 매물도 소화가 안 되는데, 뒤에서 신규 분양 물량이 밀고 들어오면 가격은 샌드위치처럼 압사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전세 줘서 버티면 되지 않냐"고 하시는데,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게 전세가입니다.
전세가 떨어지면 갭투자자들은 보증금을 못 돌려줘 파산하고, 그 집들은 경매로 넘어갑니다.
경매 물건이 쏟아지면 시세는 더 떨어지는 죽음의 소용돌이가 완성되는 거죠.
진짜 바닥은 언제 확인되는가
그렇다면 지금이 매수 타이밍일까요? 저는 단호하게 "아직 아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시장에 나온 가격은 진짜 바닥이 아닙니다.
집주인들이 "제발 이 가격만은 받아주세요"라고 애원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일 뿐이죠.
진짜 바닥은 그 마지노선이 처참하게 짓밟히고, 경매 시장에서 비명 소리가 들릴 때 확인됩니다.
떨어지는 칼날은 맨손으로 잡는 게 아닙니다. 칼이 바닥에 꽂히고, 튕겨 나가고, 떨리던 진동이 멈춘 뒤에 주워도 늦지 않습니다.
그 신호는 경매 낙찰가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이 60~70%대로 곤두박질치고, 유찰이 반복되며, 경매 법정에 사람이 텅텅 빌 때
역설적이지만 그때가 바로 움직여야 할 타이밍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 같은 극단적인 하락도, 과거의 극단적인 상승도 모두 건강하지 않다고 봅니다.
부동산은 투자 상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고, 전세·대출·가계 자산과 다 연결돼 있으니까요.
가격이 급등하면 무주택자는 좌절하고, 급락하면 대출 낀 실수요자들이 큰 충격을 받습니다.
결국 어느 한쪽이 무너지는 구조는 사회 전체에 상처를 남긴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캐시 이즈 킹, 현금이 왕인 시대입니다.
백화점 세일 기간에 오픈런하듯 달려들 필요 없습니다.
팔짱 끼고 누가 더 다급하게 가격표를 떼어내는지 느긋하게 구경하시면 됩니다.
모든 아파트가 다시 오르지는 않습니다.
이번 조정은 잔인한 옥석 가리기 시간이 될 것이고, 거품으로만 올라간 가짜 입지는 이번 파도에 쓸려 나가 다시는 못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반면 탄탄한 일자리와 인프라를 갖춘 진짜 대장들은 가격 조정을 거친 뒤 다시 왕의 귀환을 알릴 겁니다.
우리는 그 진짜가 헐값에 쓰레기 취급받을 때를 노려야 합니다.